직장인의 퇴근 후 활동/잡담

카타르 월드컵 한국 축구 소감

쿠마에몽 2022. 12. 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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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나라 축구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손흥민이 잘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딱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에 주짓수 도장 같이 다니는 동생들이 같이 축구 보자길래 같이 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했습니다. 우루과이 경기는 골이 안 터져서 너무 아쉬웠지만 진짜 잘하기도 했고 90분 넘어가는 시간 동안 내내 재밌게 봤습니다. 가나 때는 초반에 압도하길래 엄청나게 기대했다가 물론 전반 2:0으로 끝나고 후반에 들어갔지만 뭔가 후반에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후반에 두 골을 터뜨리고 희망을 봤으나 아쉽게 한 골 먹히는 바람에 그게 식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계속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 보면서 한국 축구 이번엔 볼만하다 느꼈고 마지막까지 몰아붙였으나 마지막 슈팅이 아쉽게 안 들어가고 코너킥을 하는가 했더니 꼰대 심판으로 유명한 테일러가 휘슬을 불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해설/중계진들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할 정도인데 선수들은 어땠을까 싶고, 심지어 따지다가 퇴장까지 먹은 벤투가 얼마나 화가 났을까 싶습니다. 손이 나갔어도 다들 끄덕이며 이해해주고 넘어갈 정도였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참고 마지막 인사는 예의 바르게 하면서 퇴장한 벤투가 되게 멋있었던 것 같습니다.

1. 한국 축구 확실히 예전보단 낫다

 예전엔 기대를 애초에 안 하고 봤습니다. 아니 보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중요한 경기인 날에는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보곤 했었는데, 항상 그 희망은 짓뭉개 졌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축구를 언젠가부터 잘 안 보게 되고, 보더라도 딴짓하면서 보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도장 동생들이 축구 같이 보자고 했을 때도, 애들 보러 나간 거지 축구 보러 나갔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생각보다 재밌고 선수들이 잘하더랍니다. 그래도 보면서 계속 동생들에게 한국 축구는 항상 희망을 가지면 뒤통수친다고 말하며 희망을 그리 갖지 않았습니다. 희망 가지면 항상 마음이 다쳤기에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확실히 이번 한국 축구는 달랐습니다. 우루과이가 잘 못하기도 했지만 우선 패스 미스가 정말 현저하게 낮아진 것 같은 체감을 했으며 예전엔 네가 해 마인드가 강해서 다 결정적인 상황에도 옆에 사람 공 주다가 뺏기는 일이 허다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아예 안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시원하게 슛을 잘 때려주기도 하였고, 전처럼 슛 안 해서 속 터지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원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비가 생각보다 많이 탄탄했습니다. 예전엔 패스 미스도 엄청 많고, 자동문처럼 잘 뚫리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한국 축구는 되게 촘촘하고 안정적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는 축구를 최근에는 많이 보지 않아서 뭐가 잘하고 뭐가 못하는 건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체감상으로는 되게 잘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예전에 축구를 좀 했던 입장에서 바라본 이번 월드컵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엔 축구에 관심이 잘 없어서 많이 잊어버리기도 했고, 모르는 것도 많이 생기고 해서 제가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엔 축구를 많이 했었다 보니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저는 또 특이하게 다른 포지션이 아닌 골키퍼를 했었기에 전체적인 포메이션이나 수비 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미드필더, 공격수에 관심이 많고 골을 누가 넣느냐에 관심이 많이 쏠려있는 반면에 저는 수비나 골키퍼 쪽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골키퍼들이 골을 먹히게 될 때에도 뭔가 아쉬움이 많습니다. 물론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못 막았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입니다. 심리적인 부담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해서 큰 무대에 잘 막기 힘들 것이란 생각도 많이 들지만 역시 월드컵을 보게 되면 아 나였으면 막았다 같은 헛소리를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뭔가 골키퍼들이 잘 막을 때도 아 저건 당연히 막아야지 이런 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이야기가 많이 샜습니다. 여하튼 수비와 골키퍼에게 관심을 많이 두고 봤었는데, 사실 3골 먹힌 것 전부 다 너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항상 정말 잘 막다가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지면 그때 골을 먹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가 잘해서보다는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먹힌 골들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더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만약 집중력을 계속 유지했다면, 저는 가나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남아있는 포르투갈과의 경기

 당연히 우리나라가 질 가능성이 현저히 높을 것입니다. 항상 월드컵 마지막 경기 직전에는 우리나라가 정말 좋아하는 그 '경우의 수' 따지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번엔 확률이 정말 낮습니다. 이겨야만 그 경우의 수를 바라볼 수 있기에 포르투갈 전에서 꼭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실현 가능성이 정말 낮습니다. 그래도 이번 한국 축구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되게 보기 좋습니다. 다들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가 죽거나 의미를 못 찾아서 열심히 안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 경기 정말 열심히 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저번 월드컵 독일전 때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본선 올라가면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다음 경기가 기다려지는 그 맛이 정말 맛있기 때문에 그 맛을 한번 느껴보고 싶습니다. 갑자기 포르투갈을 2:0으로 이겨버린다던지 해서 본선에 올라가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파트 옆 집, 옆 동 전체가 난리가 날 텐데 예전에 그 느낌을 한번 느껴본 적이 있어 한번 더 맛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밖에 나가면 다들 소리 지르고 있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에너지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4. 글을 마치며

 이제 이틀 남은 포르투갈과의 경기, 많은 사람들은 이미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대 안 하고 볼 것이라 예상됩니다만 저는 재밌게 볼 것 같습니다. 한국 축구가 마지막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경기해주고 기적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구석 한편에 있습니다. 저는 저희 선수들을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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